소보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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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DETAILS:

Project year   2023

Location  Jangdae-dong, Daejeon, South Korea
Program  Multi-unit dwelling
Planning area  129㎡

Architect in charge   SHIN Hyun Bo, JEON So Hyun

Construction   Anna Design

Photograph  LEE Choong-Gun

 

ABOUT PROJECT :

1. 집 찾기

대전에 산지 어느새 만 2년이 조금 넘었던 재작년, 평소에 집을 소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나와 다르게 아내는 집을 장만하고 싶어했다. 집을 소유한다면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아내의 조건은 당시 4살인 딸을 키우기 좋은 집, 안전을 위해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를, 주거와 상업이 섞여있는 지역보다는 주거 위주의 지역을 선택할 것이었다.

내 조건은 집을 소유하는 목적에 대한 것이었다. 소유의 목적이 부동산 투자가 아닌 ‘살기 위한 집’을 안정적으로 갖추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살기 위한 집’의 탐색을 시작했다. 조금 오래된, 판상형 아파트를 찾아다녔다. 요새처럼 85제곱미터 국민주택 규모가 주력이 되고 발코니 확장을 전제로 한 평면구성이 표준처럼 자리잡기 이전의 아파트. 그 시기의 판상형 아파트는 발코니 확장 없이도 충분한 방 크기를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발코니라는 훌륭한 전이공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아직 한참 뛰어다녀야 하는 아이를 위해 생각한 조건은 1층 세대. 사실 아파트의 1층은 방범, 해충 등의 이유로 인기도 없고 가격도 싸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가치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장점을 위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1층 세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대에 이어진 외부마당을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된 집을 찾았다. 마음껏 뛸 수 있는 1층 공간이 마당까지 이어지는 단독주택과도 같은 환경. 아이에게는 최적의 집이었다.

경제사정 때문에 바로 입주할 수는 없었기에, 2년 후인 2023년을 목표로 살기 위한 집의 모습을 천천히 구상해나갔다.

 

2. 집 고치기

완공된지 20년이 넘은 아파트다. 전 주인은 한번도 수리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모든 곳을 손봐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건축가로서 오히려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환경이라 생각했다. 비워진 집을 살펴보던 중 보존하고 싶은 부분을 찾았다. 비닐시트가 아닌 무늬목을 덧붙인 거실의 마루는 20년이 넘는 세월을 겪으며 아주 잘 길들어있었다. 물론 군데군데 패이고 찌그러지고, 발코니와 접한 일부분은 썩기도 했지만, 마당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반사해내는 매력적인 표면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늘 밟을 바닥이 오래된 집의 상황을 매력적으로 드러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바닥을 지킨다는 데에서부터 나머지 구상을 시작했다.

리모델링 방향은 마루에 맞추어 자연스레 나무를 많이 사용하는 방향으로 잡혔다. 트렌디한 화이트 톤보다는 전체적으로 마루와 맞추어 나무 톤이 집을 지배하도록 했다. 거실의 천장은 합판으로 이용하여 집의 무게 중심을 잡았고, 각 방의 걸레받이와 천정 몰딩, 각 방문도 동일한 합판을 재단하여 제작했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일반 미송합판을 사용했지만, 세월을 잘 견뎌온 마루와 어울려 오히려 어색하지 않은 느낌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밖의 부분들도 되도록 집의 오래된 느낌을 감추기보다는 정직하게 드러내려 애썼다. 집의 각 부분은 용도가 명확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집의 이용이 직관적이기를 원했다. 타일이나 기타 바닥재들도 정확하게 용도를 구분할 수 있는 위치에서 재료가 변경되도록 신경썼다. 문틀은 벽체와 명확히 구분되도록 했고, 걸레받이와 천장 몰딩도 숨기기보다는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조명기구들도 역시 매립하기보다는 직부등을 선택했다.

공간 구성은 아직 어린 딸이 차차 크면서 생길 변화에 대처하는 데에 집중했다. 거실과 부엌 사이의 가벽을 터서 아이가 거실에서 놀 때 부엌에 있는 부모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거실의 탁자와 부엌의 아일랜드 식탁은 구분되는 재료를 사용하여 디자인했는데, 두 가구가 한 세트로 보이도록 하여 두 공간을 더 강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거실의 중심을 TV가 아닌 2.7미터 길이의 큰 테이블이 잡도록 하여, 거실을 실제로 가족이 모여 하는 다양한 활동의 중심이 되도록 했다.

딸은 이 집에 이사오면서 처음으로 본인의 방을 가지게 됐다. 이제 6살인 것을 고려해서 딸의 방으로 안방 앞 작은 방을 선택했다. 아이가 안방을 자유롭게 오가기를 원했고, 아직 씻겨줘야 하는 특성상 안방 화장실을 친숙하게 들어와서 사용할 수 있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안방 드레스룸과 거실 사이의 가벽을 텄다. 이렇게 하면서 안방은 드레스룸을 잃었지만, 대신에 신발 장 앞에서부터 가족영역까지 이어지는 긴 복도를 얻었다. 그 결과로 안방은 원래의 출입문과 과거의 드레스룸 출입문, 두 개의 문을 가지게 되었는데, 일부러 없애지 않고 두 문을 다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의도치 않게 이 부분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 중 하나가 되었는데, 아이는 두 문을 이용해서 빙빙 돌아 뛰어다니며 숨바꼭질을 즐긴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바깥방으로 옮겨가면 둘 중 한 문을 잠그고 도어핸들을 컵핸들로 바꾸어 벽으로 재구성할 생각이다.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바깥 정원은 전 집주인의 취향에 따라 관목들이 가득한 상태였다. 아파트 공통의 조경수들을 제외하고는 아쉽지만 대부분의 나무들을 걷어냈다. 식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 확보를 우선하고 싶었다. 비온 후에도 쉽게 뛸어놀 수 있도록 바닥에는 자갈을 깔았다. 자갈은 또한 밟을 때 약간의 소리를 내며 방범에도 도움을 준다. 수목의 수가 적어지면서 오히려 남아있는 나무들은 더 선명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해가 드는 시간에는 나무 그림자가 거실로 드리워지고, 밤이 되면 설치해놓은 수목등들이 나무 밑둥을 은은히 드러낸다.

 

(2023. 신현보 / 소보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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